[Who We Are] Between the Sea and Technology — A Smart Marine Consultant's Story : Part 1: "So What Exactly Do You Do?" — Why Is It So Hard to Explain This Job?
Part 1: "그래서 정확히 무슨 일 하세요?" — 컨설턴트라는 직업은 왜 설명하기 어려울까
명함에는 '컨설턴트'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어머니는 아직도 모른다. 친구들도 잘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처음엔 몰랐다.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친척 어른이 묻는다. "요즘 뭐 해?" 나는 잠깐 머뭇거린다. "해운·조선 쪽 컨설팅이요." 어른은 고개를 끄덕이지만 눈빛은 여전히 물음표다. "그게… 배 고치는 거야, 아니면 배 파는 거야?"
그 순간 나는 두 가지 선택지 앞에 선다. 15분짜리 설명을 시작하거나, 아니면 그냥 웃으면서 "뭐, 비슷한 거예요"라고 말하거나. 대부분은 후자를 택한다. 명절 밥상에서 IMO 사이버보안 규정 이야기를 꺼내기는 쉽지 않으니까.
그런데 이게 단순히 '어른들이 잘 모르는 직업'의 문제가 아니다.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도 "컨설턴트"라는 말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그리고 해운·조선 분야에서 AI, 데이터, 사이버보안까지 엮이면 — 설명하기가 진짜로 어려워진다.
- "컨설턴트"라는 직업이 설명하기 어려운 데는 이유가 있다. 직업 자체가 '맥락'으로 먹고 사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과물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 해양 컨설팅은 일반 경영 컨설팅보다 더 설명하기 어렵다. 산업 자체가 낯설고, 규제가 복잡하고, 기술과 현장이 동시에 엮여 있기 때문이다.
-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가 있다. 배 한 척이 안전하게 항해하는 데 내가 작성한 문서 한 장이 기여한다는 것 — 그 연결고리가 보이는 순간이 있다.
- 이 시리즈는 그 이야기다. 바다와 기술 사이, 현장과 데이터 사이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
의사도 변호사도 아닌 — "컨설턴트"는 뭘 하는 사람인가
의사는 설명하기 쉽다. 아픈 사람을 고친다. 변호사도 쉽다. 법 문제를 해결한다. 회계사? 숫자를 정리한다. 다들 결과물이 분명하다.
컨설턴트는 다르다.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하면 — 그래서 어떤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결과물은 뭔데? 라는 질문이 바로 따라온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그 답변이 매번 다르다. 프로젝트마다 다르고, 클라이언트마다 다르고, 타이밍마다 다르다.
"그래서 저는 PPT 만드는 사람인가요?" — 컨설팅 첫 해에 혼자 한 번은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내가 정의 내린 컨설턴트의 역할은 이렇다. 클라이언트가 자기 문제를 스스로 볼 수 없을 때, 그것을 보이게 만들어주는 사람. 그리고 방향을 잡아주는 사람. 실행은 클라이언트가 한다. 컨설턴트는 그 실행이 제대로 된 방향을 향하도록 돕는다.
근데 이 설명도 막상 명절에는 잘 안 먹힌다.
해양 컨설팅은 한 단계 더 어렵다
일반 경영 컨설팅도 설명하기 어려운데, 해운·조선 컨설팅은 거기서 한 단계가 더 있다. 상대방이 산업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친구한테 이렇게 설명해봤다. "IMO가 새 사이버보안 규정을 만들었어. 2024년부터 모든 신조선은 이 기준을 맞춰야 해. 근데 조선소들은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잘 모르거든. 나는 그걸 도와주는 거야." 친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아, 해킹 막는 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는데, 그냥 "비슷한 거야"라고 했다.
해양 컨설팅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이거다. 현장(선박, 조선소, 항만)을 알아야 하고, 기술(OT/IT 시스템, 데이터, AI)도 알아야 하고, 규제(IMO, IACS, 국토부 고시)도 알아야 하고, 그 셋이 어디서 만나는지를 동시에 봐야 한다. 셋 중 하나만 아는 사람은 넘쳐난다. 셋을 같이 보는 사람이 드물다.
그래서 이 일을 하는 사람이 적다. 그리고 이 일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설명하려면 세 분야를 다 풀어야 하니까.
"배 고치는 건지 배 파는 건지"에 대한 진짜 답
어느 날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해보기로 했다. 나는 구체적으로 어떤 날들을 보내고 있는가.
그러니까 답은 이렇다.
"배를 고치지도, 배를 팔지도 않습니다. 배가 더 안전하고, 더 효율적이고, 더 스마트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 그 방법을 찾아주는 일을 합니다."
그럼에도 이 일을 하는 이유
한 번은 조선소 설계팀 담당자가 이런 말을 했다. 새로 짓는 선박의 사이버보안 아키텍처를 같이 만들고 나서였다. "솔직히 처음엔 이게 왜 필요한지 몰랐어요. 배는 원래 잘 다니고 있었으니까요. 근데 막상 해보니까 — 우리가 몰랐던 구멍이 이렇게 많았네요."
그게 이 일의 핵심이다. 클라이언트는 대부분 문제가 있는지 모른다. 아니, 정확히는 —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있는데 그게 뭔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상태다. 컨설턴트는 그걸 보이게 만드는 사람이다.
이 일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때로는 이 일의 가치를 낮게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일일수록 — 그 일이 없었을 때 뭔가가 잘못된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일은, 그래서 보이지 않을 때 가장 잘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명절에 설명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그 조선소 담당자의 말을 들었을 때 — 뭔가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 있었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직업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건, 그 일이 복잡하다는 뜻이다. 복잡하다는 건,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해양 컨설팅은 바다를 아는 사람과 기술을 아는 사람이 겹치는 좁은 교집합 위에 서 있다. 거기다 규제까지 더하면 그 교집합은 더 좁아진다. 하지만 바로 그 좁은 자리가 — 지금 이 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Maritime 4.0이라는 말이 점점 더 자주 들린다. 자율운항, 스마트 항만, 디지털 선박. 그 변화 한가운데에서 "이게 왜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를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게 내가 하는 일이고, 이 시리즈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다.
"이 직업은 명함 한 줄로 설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배 한 척이 안전하게 항구에 들어오는 날 — 그 과정 어딘가에 내 일이 있다는 걸 안다."
— Captain Ethan
Key Takeaw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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