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We Are] Between the Sea and Technology — A Smart Marine Consultant's Story : Part 1: "So What Exactly Do You Do?" — Why Is It So Hard to Explain This Job?

⚓ Maritime Life Story Consulting Part 1
⚓ 바다와 기술 사이에서 — 스마트 마린 컨설턴트의 이야기

Part 1: "그래서 정확히 무슨 일 하세요?" — 컨설턴트라는 직업은 왜 설명하기 어려울까

명함에는 '컨설턴트'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어머니는 아직도 모른다. 친구들도 잘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처음엔 몰랐다.

Captain Ethan
Captain Ethan
Maritime 4.0 · AI, Data & Cyber Security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친척 어른이 묻는다. "요즘 뭐 해?" 나는 잠깐 머뭇거린다. "해운·조선 쪽 컨설팅이요." 어른은 고개를 끄덕이지만 눈빛은 여전히 물음표다. "그게… 배 고치는 거야, 아니면 배 파는 거야?"

그 순간 나는 두 가지 선택지 앞에 선다. 15분짜리 설명을 시작하거나, 아니면 그냥 웃으면서 "뭐, 비슷한 거예요"라고 말하거나. 대부분은 후자를 택한다. 명절 밥상에서 IMO 사이버보안 규정 이야기를 꺼내기는 쉽지 않으니까.

그런데 이게 단순히 '어른들이 잘 모르는 직업'의 문제가 아니다.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도 "컨설턴트"라는 말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그리고 해운·조선 분야에서 AI, 데이터, 사이버보안까지 엮이면 — 설명하기가 진짜로 어려워진다.

이 글의 핵심
  1. "컨설턴트"라는 직업이 설명하기 어려운 데는 이유가 있다. 직업 자체가 '맥락'으로 먹고 사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과물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2. 해양 컨설팅은 일반 경영 컨설팅보다 더 설명하기 어렵다. 산업 자체가 낯설고, 규제가 복잡하고, 기술과 현장이 동시에 엮여 있기 때문이다.
  3.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가 있다. 배 한 척이 안전하게 항해하는 데 내가 작성한 문서 한 장이 기여한다는 것 — 그 연결고리가 보이는 순간이 있다.
  4. 이 시리즈는 그 이야기다. 바다와 기술 사이, 현장과 데이터 사이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

의사도 변호사도 아닌 — "컨설턴트"는 뭘 하는 사람인가

의사는 설명하기 쉽다. 아픈 사람을 고친다. 변호사도 쉽다. 법 문제를 해결한다. 회계사? 숫자를 정리한다. 다들 결과물이 분명하다.

컨설턴트는 다르다.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하면 — 그래서 어떤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결과물은 뭔데? 라는 질문이 바로 따라온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그 답변이 매번 다르다. 프로젝트마다 다르고, 클라이언트마다 다르고, 타이밍마다 다르다.

"그래서 저는 PPT 만드는 사람인가요?" — 컨설팅 첫 해에 혼자 한 번은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내가 정의 내린 컨설턴트의 역할은 이렇다. 클라이언트가 자기 문제를 스스로 볼 수 없을 때, 그것을 보이게 만들어주는 사람. 그리고 방향을 잡아주는 사람. 실행은 클라이언트가 한다. 컨설턴트는 그 실행이 제대로 된 방향을 향하도록 돕는다.

근데 이 설명도 막상 명절에는 잘 안 먹힌다.


해양 컨설팅은 한 단계 더 어렵다

일반 경영 컨설팅도 설명하기 어려운데, 해운·조선 컨설팅은 거기서 한 단계가 더 있다. 상대방이 산업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친구한테 이렇게 설명해봤다. "IMO가 새 사이버보안 규정을 만들었어. 2024년부터 모든 신조선은 이 기준을 맞춰야 해. 근데 조선소들은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잘 모르거든. 나는 그걸 도와주는 거야." 친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아, 해킹 막는 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는데, 그냥 "비슷한 거야"라고 했다.

해양 컨설팅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이거다. 현장(선박, 조선소, 항만)을 알아야 하고, 기술(OT/IT 시스템, 데이터, AI)도 알아야 하고, 규제(IMO, IACS, 국토부 고시)도 알아야 하고, 그 셋이 어디서 만나는지를 동시에 봐야 한다. 셋 중 하나만 아는 사람은 넘쳐난다. 셋을 같이 보는 사람이 드물다.

그래서 이 일을 하는 사람이 적다. 그리고 이 일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설명하려면 세 분야를 다 풀어야 하니까.


"배 고치는 건지 배 파는 건지"에 대한 진짜 답

어느 날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해보기로 했다. 나는 구체적으로 어떤 날들을 보내고 있는가.

📋
어떤 날은 규정 해석을 한다
IMO나 IACS에서 새 지침이 나왔다. 조선소 또는 선주사 담당자는 그게 자기 선박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모른다. 나는 그 규정을 읽고, 현장 상황과 대조하고, "이건 이렇게 하면 됩니다"라는 문서를 만든다.
🖥️
어떤 날은 시스템 구조를 본다
선박 위에는 수십 개의 OT 시스템이 있다. 엔진 관리 시스템, 항법 시스템, 화물 관리 시스템. 이것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어디에 취약점이 있는지를 분석한다. IT 보안과 비슷하지만 현장이 바다 위라는 점이 다르다.
📊
어떤 날은 데이터를 본다
선박에서 쏟아지는 운항 데이터, 연료 데이터, 정비 이력. 이 데이터가 제대로 수집되고 있는지,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뽑아낼 수 있는 구조인지를 진단한다. 요즘은 여기에 AI 모델을 붙이는 프로젝트도 늘고 있다.
🤝
어떤 날은 사람을 설득한다
보고서를 써서 끝나는 프로젝트는 없다. 결국 그 내용을 받아들이고 실행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담당자를 만나고, 경영진에게 발표하고, "이게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시간이 전체 일의 절반 이상이다.

그러니까 답은 이렇다.

"배를 고치지도, 배를 팔지도 않습니다. 배가 더 안전하고, 더 효율적이고, 더 스마트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 그 방법을 찾아주는 일을 합니다."


그럼에도 이 일을 하는 이유

한 번은 조선소 설계팀 담당자가 이런 말을 했다. 새로 짓는 선박의 사이버보안 아키텍처를 같이 만들고 나서였다. "솔직히 처음엔 이게 왜 필요한지 몰랐어요. 배는 원래 잘 다니고 있었으니까요. 근데 막상 해보니까 — 우리가 몰랐던 구멍이 이렇게 많았네요."

그게 이 일의 핵심이다. 클라이언트는 대부분 문제가 있는지 모른다. 아니, 정확히는 —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있는데 그게 뭔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상태다. 컨설턴트는 그걸 보이게 만드는 사람이다.

이 일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때로는 이 일의 가치를 낮게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일일수록 — 그 일이 없었을 때 뭔가가 잘못된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일은, 그래서 보이지 않을 때 가장 잘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명절에 설명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그 조선소 담당자의 말을 들었을 때 — 뭔가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 있었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Part 1을 마치며

직업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건, 그 일이 복잡하다는 뜻이다. 복잡하다는 건,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해양 컨설팅은 바다를 아는 사람과 기술을 아는 사람이 겹치는 좁은 교집합 위에 서 있다. 거기다 규제까지 더하면 그 교집합은 더 좁아진다. 하지만 바로 그 좁은 자리가 — 지금 이 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Maritime 4.0이라는 말이 점점 더 자주 들린다. 자율운항, 스마트 항만, 디지털 선박. 그 변화 한가운데에서 "이게 왜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를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게 내가 하는 일이고, 이 시리즈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다.

"이 직업은 명함 한 줄로 설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배 한 척이 안전하게 항구에 들어오는 날 — 그 과정 어딘가에 내 일이 있다는 걸 안다."

— Captain Ethan

Key Takeaways

🧩
컨설턴트 =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사람
클라이언트가 스스로 볼 수 없는 문제를 명확하게 만들어주는 것. 그게 이 일의 핵심이다.
해양 컨설팅 = 현장 + 기술 + 규제의 교집합
셋 중 하나만 아는 사람은 많다. 셋을 동시에 보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이 자리가 필요하다.
💬
설명하기 어렵다 = 가치가 없는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일은 잘 작동할 때 가장 잘 안 보인다. 그게 이 일의 특성이다.
🚢
Maritime 4.0 한가운데, 이 일이 필요한 이유
자율운항, 스마트 항만, 디지털 선박 —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왜, 어떻게, 어디서부터"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의 역할이 커진다.
➡️
다음 편 예고
Part 2: 첫 번째 조선소 프로젝트 —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깨달은 날
자격증도 있고, 경력도 있고, 준비도 했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실제로 배를 보는 순간 — 모든 전제가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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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tain Ethan
Captain Ethan
Maritime 4.0 · AI, Data & Cyber Security
Maritime professional focused on the intersection of vessel operations, classification society regulations, and OT/IT cybersecurity. Writing for engineers, consultants, and operators navigating Maritime 4.0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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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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